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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질수술 후기 D-DAY ③ 척추마취 풀리는시간 소변 두통 식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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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질수술 후기 D-DAY ③ 척추마취 풀리는시간 소변 두통 식사

A+ 2021. 2. 7. 10:00

병실로 올라오면 척추마취풀리는시간 약 4시간 동안 가만히 누워있어야 한다. 베개사용도 금지다. 척추마취 부작용 중에 하나인 두통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나는 시킨 대로 잘하는 사람이라 절대 움직이지 않고 누워있었다. 진정제가 효과가 있었다면 잠을 자서 조금 수월했을 텐데 너무나 말똥말똥한 상태였기에 매우 지루했다.

사진은 치질수술 환자 대부분이 맞는다는 무통주사 PCA이다. 시간이 지나면 안쪽에 풍선같이 부풀어있는 부분이 홀쭉해진다. 약 2일간 서서히 맞는 방식인데, 고통이 심할 때에는 주황 버튼을 누르면 일시적으로 액이 조금 더 많이 나온다고 한다.

 

무한정으로 많이 나오는 것은 아니고, 15분마다 한번씩 누를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누를 수는 있는데 액이 더 나오지는 않는다. 나는 하반신 마취 풀릴 때 큰 고통이 없어서 2박 3일 내내 이 버튼을 사용할 일이 없었지만, 같은 날 수술한 다른 환자는 병실로 올라오고 한두 시간 후에 너무 아파해서 진통제 맞고 버튼도 눌렀다.

 

시간이 흘러 마취풀리는시간이 되자 담당 샘이 오셨다. 수술에 대한 이야기 설명하고 질문사항에 대해 답변하고 갔는데, 같은 병실 환자들이 설명 잘해 준다고 한 마디씩 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거고 내 칭찬도 아닌데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다인실이라 환자마다 담당의사가 달랐는데, 같은 공간에 있다보니 솔직히 딱 보면 보인다. 형식적으로 회진하고 항문 거즈를 바꿔주는 의사도 있고, 무조건 자기 자랑만 하는 의사도 있었다. 다음날 새로운 환자가 오면서 알게 된 건데 마취 풀릴 때 올라와본 샘은 우리 병실에서 내 담당샘이 유일했다.

 

회진도 보통 오전에만 오는데, 내 담당샘은 입원기간 내내 아침저녁 하루 두 번씩 회진하러 와서 사소한 질문 하나까지 다 답해줬다. 목청도 좋으셔서 우리 층에 도착한 뒤 간호사 선생님들한테 인사하는 소리 병실까지 들림. 5년 전 무뚝뚝함을 넘어서서 환자를 혼내려고 하던 의사와 달라서 더 만족스러웠다.

어쨌든 마취가 풀린다고 다는 아니다. 생각지도 못한 고비가 있는데 바로 식사 시간이다. 마취 풀리는 시각은 오후 3시 50분이지만, 음식(죽)을 먹을 수 있는 건 오후 5시 50분이후다.

 

공식적으로는 전날 오후 8시부터 금식이지만, 나는 전날 점심을 과식하는 바람에 오후 3시 이후로 아무것도 안 먹은 상태였다. 무려 약 27시간의 공복을 견뎌야 했다. 불행 중 다행인 점은 수술하느라 정신없어서 그런지 배고픔이 심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밥시간은 기다려졌다.

 

그리고 의외로 척추마취 후 소소하게 불편했던 점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같은 자세로 누워있다 보니 허리가 아프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목이 굉장히 마르다는 거다. 수술 당일 아침부터는 금식으로도 모자라 물도 마시지 말라고 해서 갈증이 매우 심했다. 특히 수술방에서 의사샘이랑도 말하고, 간호사샘이랑도 말하고 하다 보니 나중에는 목이 따가웠다.

 

입안이 마르다 못해 목구멍 안쪽까지 말라버린 느낌. 그래서 마취 풀리자마자 물부터 마셨다. 죽 나오기 전까지는 물을 계속 마셔도 갈증이 쉽게 가시지를 않았다. 그래서 더 많이 마셨다. 그렇게 물을 많이 마시다 보니 곧 화장실에 가게 되는데 이때 척추마취 부작용을 겪게 된다.

바로 척추마취 소변 안나옴이다. 나의 경우 소변이 아예 안나오지는 않았고 변기에 앉아서 한참 기다리면 아주 조금 나왔다. 물을 마신 양에 비해 너무 찔끔찔끔 나와서 시원하지가 않았다.

 

저녁식사 전 간호사가 와서 소변봤냐고 물어보는데, 쪼르르 나온다고 얘기하니 아직 마취가 덜 풀린 거라고 했다. 다음날이 되면 괜찮아질 거라고 그래서 조금 지켜보기로 했는데 이날은 계속 소변이 찔끔찔끔 나왔다.

 

오줌을 누고 싶다는 느낌은 아주 강한데 막상 화장실 가면 바로 나오지 않고 1~2분 기다려야하는데다가 나올때도 또르르하고 나오니 아주 답답했다. 나와 같은 날 수술한 다른 환자의 경우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느낌자체가 없다고 했다. 막상 화장실가면 잘 나오기는 하는데, 화장실 가고 싶은 느낌이 들지 않아 불편함을 호소했다.

 

사람마다 조금 다르지만, 당일 저녁에는 평소처럼 소변을 누기가 쉽지는 않은 듯하다. 정확하게 확인을 해야 추가적인 처방이나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마취풀리는시간 이후에 물을 많이 마시기를 바란다.

식사 가능한 시각에 맞춰 나온 죽이다. 첫 식사는 죽만 가능하다고 해서 흰쌀죽만 나올 줄 알았는데, 국도 나와서 좋았다. 맛도 괜찮았다. 27시간 공복 상태에서 뭔들 맛이 없었겠냐마는 병원밥이라 싱거울 줄 알았는데 간이 센 편이라 실제로 맛이 나쁘지 않았다.

 

당근이랑 무가 작게 썰린 국 (알고 보니 동치미) 맛은 내 스타일이 아니었지만, 앞으로는 회복과 원활한 배변활동이 관건이기 때문에 잘 먹어야 된다는 생각에 싹싹 다 긁어먹었다. 근데 의문인 건 간장이다. 도대체 간장을 왜 줬을까. 김도 없는데. 그래서 간장만 남겼다.

 

죽을 먹고 나니 입맛이 돌아서 오히려 배가 더 고파졌지만, 내일을 위해 침대에서 휴식했다. 엉덩이에 약간의 이물감과 함께 뻐근하면서 아픈 느낌 때문에 누워도 앉아도 걸어도 약간은 불편한 상태였지만 무통주사의 힘인지 엄청 아프다는 느낌은 없었다. 유난히 긴 하루에 나도 모르게 지쳤는지 조금 일찍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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